변화와 성장의시간
정경호
2004년 데뷔작이었던 모바일 드라마 <다섯개의별>에서 부터 자신의 이름을 널린 알린 계기가 됐던 <미안하다 사랑한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등에서 그는 언제나 여성들의 모성을 자극하는 여린 이미지의 꽃미남 배우였다. 하지만 데뷔 후 3년 남짓한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는 화면안과 밖에서 점차 남자로 성장해갔다. 그리고 이제 그의 내면 속 남성성을 새롭게 발견하게 해준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우뚝 섰다.
<개와 늑대의 시간>의 '강민기'와 실제 정경호는 얼마나 비슷한가요? 극 초반부에는 상당히 많이 비슷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성격도 밝은 편이고요. 하지만 믿었던 친구 수현(이준기) 때문에 가족도, 직장도, 사랑하는 사람도 잃게 되면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후반부로 갈수록 실제 제 모습과는 많이 달라지죠. 그런 상황에서 저는 이 악물고 복수하기 보다는 그냥 그 사람을 안 보고 말 것 같거든요.
실제로도 친구의 여자를 좋아해본 적이 있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만나는 친구들이 있어요. 멤버가 열두 명이라 모임 이름이 '십이지'죠. 정말 친하게 자주 만나는 친구들인데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저는 사랑보다 우정이 훨씬 소중해요.
드라마 시작 전, 특별한 준비 과정이 있었다면,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맡은 배역들은 형사면 형사, 학생이면 학생 식으로 주변에 한두명쯤 있을 법한 캐릭터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국정원 요원이라는 흔히 만날 수 없는 직업을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촬영 두 달 전부터 (이)준기 형이랑 함께 국정원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거기에서 일하는 분들과 술도 마셔보고 그러면서 조금씩 감을 잡았죠.
개봉 영화 <별빛속으로> 에서는 순정파를 연기했는데, 실제로도 그런가요? 제가 맡은 '수영'이란 역할은 순정파라기 보다 사랑에 있어서 너무나 순수한 청년이죠. 사실 저는 살아가면서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좀 현실적인 스타일이예요.
배우들 중에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누구인가요? 양조위요. 눈이 슬퍼보이잖아요. 그 눈이 정말 좋아요. 배우로서도 멋지고 스타일도 마음에 들고요.
스타일리쉬하다는 것의 정의를 내린다면, 자기 몸을 잘 알고 그 몸에 어울리는 스타일의 옷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 스타일을 위해 중요한 건 사이즈가 아니라 감각이니까요.
평소 즐겨입는 의상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촬영하러 갈 땐 거의 99% 트레이닝복 차림이에요. 하지만 오늘 입고 온 것처럼 반팔 티셔츠에 트레이닝 팬츠를 입더라도 컬러 같은 걸 조금은 신경 쓰고 맞춰 입는 편이죠. 블랙과 골드, 레드와 화이트, 뭐 그런 식으로요.
의상을 입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라인요. 옷을 몸에 적당히 피트되게 입어야 다리도 길어 보이고 키도 더 커보이거든요. 또 한가지는 의상 외에 액세서리를 적절히 매치하는 것. 저는 개인적으로 시계와 머플러 그리고 야구 모자를 즐겨 해요.
좋아하는 의상 컬러는? 보라색과 레드, 그리고 블랙.
남자라면 꼭 하나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패션 아이템은? 정말 좋은 시계를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해요. 저는 시계 욕심이 있는 편이라 드라마든 영화든 작품을 새로 시작할때마다 시계를 하나씩 사는 습관이 있어요. 제일 최근에 구입한건 크리스찬 디올의 메탈 시계. 수트 차림에도 캐주얼에도 잘 어울리고 정말 마음에 들어서 굉장히 아낀답니다.
옷장 속 제일 많은 아이템은 뭔가요? 티셔츠와 청바지. 티셔츠는 대부분 반팔 티셔츠인데 하나하나 다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편이에요. 한번도 입지 않은 것들도 있고요.
옷장속에 있는 옷들 중에 가장 아끼는 걸 하나만 떠올려본다면, 일본 갔을 때 사왔던 디젤의 블랙진요. 제가 요즘 꽂혀있는 스키니 진인데, 제 보디라인에 무척 잘 어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쉡게 찾아볼 수 없는 은빛 도는 블랙 컬러로 굉장히 특이하면서 예뻐요.
남들은 모르는, 꼭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이 있다면, 옷 사는 걸 너무 좋아해요. 특히 인터넷 쇼핑몰요. 아무래도 이제 슬슬 끊어야겠다고 강하게 결심하고 있는 중이에요.
즐겨찾는 쇼핑 아지트는 어디인가요? 인터넷 쇼핑몰은 ( www.iehouse.co.kr ) 라는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가장 자주 이용해요. 실은 며칠 전에도 차이니스칼라의 블랙 재킷을 하나 질렀죠. 동대문이나 홍대 앞도 즐겨가는 쇼핑 장소고요.
자신만의 패션 쇼핑 노하우가 있다면 뭔가요? 바지를 구입할 땐 반드시 직접 입어보고 사야해요. 특히 남자들은 옷 입어보는 걸 쑥스러워하기 마련이지만 아무리 창피해도 여러번 입어보고 거울에 꼼꼼하게 비춰보며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죠. 그래서 인터넷으로는 사이즈를 잘 아는 브랜드 외에는 절대로 바지를 구입하지 않아요. 또 한가지, 피트되는 스타일의 옷을 살 때는 색이 어두운 걸 골라야 한다는 것. 밝은 컬러의 슬림한 옷은 보디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자칫하면 흉해 보일 수 있거든요.
가장 후회했던 쇼핑 아이템은, 몇 년 전에 돌체앤가바나에서 꽤 비싼 돈을 주고 빅 사이즈의 털 달린 점퍼를 충동 구매했다가 제대로 몇 번 입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한테 헐값에 팔았던 것. 그 이후 뼈아픈 교훈을 얻었죠. 명품이나 값비싼 옷들은 최소한 5~6년 정도는 입을 생각을 하고 베이식한 아이템을 사야한다는 것.
어린 시절, 가장 촌스러웠던 때는 언제였나요? 중학교 때요. 제가 씨름 선수였거든요. 그래서 체격도 엄청나게 큰 데다 당시 유행하던 통 넓은 항아리 바지와 앞이 뾰족한 구두를 신고 다녔죠. 그 당시 사진을 지금 다시 봐도 너무너무 민망해요.
의상을 고를 때 고려하는 신체 콤플렉스가 있나요? 골반이 넓어서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즈에 맞게 바지를 고르면 허리가 꽉 껴서 입을 수가 없고, 골반에 맞춰 옷을 사면 바지통이 너무 커요. 그래서 바지는 최대한 디자인을 입어보고 사는 편이죠.
자신만의 다이어트 비법이 있다면. 단것, 짠 것, 그리고 고춧가루 들어간 음식을 일체 먹지 않아요. 보통 작품이 결정되면 촬영 들어가기 전에 한동안 그런 식으로 식이요법을 해서 몸을 만드는데, 그렇게 심심하게 음식을 먹으면 저절로 살도 빠지고 몸이 무척 좋아지는게 느껴지죠. 헬스 같은 운동을 병행하면 훨씬 효과적이에요
당신이 요즘 가장 빠져있는 건 뭔가요? 드라마 촬영 외에는 별것 없는데..술?(웃음) 저는 술을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거의 죽을 때까지 마시는 스타일이에요. 알고 보니 준기형도 그런 타입이라 드라마 촬영이 없는 날이면 같이 술을 즐겨 마시죠.
촬영이 없을 때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DVD 보는 걸 무척 좋아해요. DVD 사 모으는게 취미라서 집에 DVD 컬렉션이 한 5백장 정도 되나봐요.
나이드는 걸 실감할 때는 언제인가요? 그래봤자 몇 년 차이이긴 하지만, 예전에는 사나흘 밤을 꼬박 새며 촬영을 해도 끄떡없었는데 요즘에는 하루만 철야를 해도 눈 밑에 다크서클이 깊게 생기는 걸 볼 때요. 정말 자신 있었떤 술 실력도 예전만 못하고요.
당신에게 아버지(정을영PD)의 존재는. 집안 분위기가 무척 자유로운 편이라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저에게 늘 친구같은 존재예요. 존댓말을 쓰면 어색할 만큼 격의없는 사이라서 보통 친구들 사이에서나 할 얘기들도 아버지에게 미주알 고주알 털어놓는 편이죠. 하지만 연예인이 되는 걸 무척 반대하셔서 대학 시험볼 때 신문방송학과 지원한다고 거짓말하고 연극과에 지원했던 건 아직 앙금이 남아 있어요. 그래서 여전히 다른 얘기는 다 하지만 일 얘기는 서로 안해요.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고 제가 연기자로서 좀 더 자리를 잡은 후에야 아버지와 일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0년 후 당신은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나요? 서른다섯 살이면 보통 남자의 인생에서 한참 바쁘고 할 일 많은 절정의 시기일 텐데, 제가 그때도 배우로 연기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에도 서보고 싶고 좋은 배우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너무나 행복하겠고요. 돈을 많이 번다면 뮤지컬 극장을 하나 세우는게 꿈이랍니다.
<인터뷰 후기>
정경호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한 정경호는 평소 절친한 사이라는 포토그래퍼와 함께 컴퓨터 축구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프로로 변신한 그이지만,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 한 명이 사인을 부탁하지 다시 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또박또박 사인을.
- INSTYLE 9월호. 정경호
출처 : http://fantasia_boy.blog.me/130023845579